“대사가 좀 AI 같아.” 이 말을 듣고 한 대사씩 읽어 봤습니다. 하나하나는 다 괜찮았습니다.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.
개발노트 · 글쓰기 · 대사
손님 이야기에서 선택지를 고르면, 사장님과 그 손님이 짧게 세 마디를 주고받습니다. 구조는 늘 같습니다.
사장님 : 앉아. 커피는 줄게. 손님 : 추심하러 온 놈한테 커피 주는 집이 어딨어. 사장님 : 여긴 카페야. 앉으면 손님이고. 손님 : 계산은 안 해.
이런 묶음이 343개 있습니다. 인물이 말하는 줄만 세면 686줄입니다. 하나씩 읽으면 나쁘지 않은데, 이어서 여러 개를 보면 이상하게 다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.
느낌으로 고치면 결국 취향 문제가 됩니다. 그래서 전부 뽑아서 마지막 줄이 어떻게 끝나는지 셌습니다.
인물 항목 «…»로 시작하는 마지막 줄 재영 18 18 ← 전부 문장이 18 18 ← 전부 직원 15 15 ← 전부 하린 9 9 ← 전부 정우 18 16 태산 18 15 너구리 18 11 합계 343 244줄
마지막 줄의 61%가 «…»로 시작했습니다. 그리고 대부분 그 뒤에 수긍이 붙었습니다. “…그건 인정.” “…맞는 말이네.” “…반박을 못 하겠다.”
원가 계산에 집착하는 손님도, 초 단위로 사는 손님도, 자기를 괴도라고 부르는 손님도, 전부 마지막에 말끝을 흐리고 물러섰습니다. 343번을 똑같이요.
대사를 쓸 때 «세 번째 줄은 마무리»라고 생각하면, 자연스럽게 «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» 문장이 나옵니다. 그게 한 편에서는 좋은 마무리입니다. 그런데 343편이 전부 그러면 마무리가 아니라 말버릇이 됩니다.
더 나쁜 건, 그러면 캐릭터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. 성운은 8억 원을 받으러 온 채권자인데 매번 사장님 말에 지고, 재영은 괴도 놀이를 하는 사람인데 매번 지적당하고 물러섭니다. 놀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.
말줄임표를 전부 없애는 건 답이 아니었습니다. 진짜로 말문이 막히는 자리도 있으니까요. 그래서 인물마다 «여기서만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골라 남기고 나머지는 걷어냈습니다.
| 인물 | 남긴 곳 | 이유 |
|---|---|---|
| 젤리 | «……» 두 곳 | 대사가 아니라 침묵 자체 |
| 태산 | 편지 장면 세 곳 |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는 화 |
| 하린 | 이름을 받는 장면 | 3화의 주제 |
| 성운 | 2천만 원을 깎아 주는 순간 | 그가 유일하게 흔들리는 곳 |
| 정우 · 문장이 | 없음 | 숫자로 사는 사람은 뜸을 안 들임 |
정우는 이제 즉답합니다. 그게 그 사람입니다.
사장님 : 틀린 숫자로 하면 서로 손해라서요. 정우 : 합리적입니다. 대단히 합리적입니다.
재영은 물러서는 대신 더 크게 우기게 바꿨습니다.
사장님 : 정문으로 평범하게 나가시는 장면이에요. 재영 : 그 구간은 편집이 필요하겠군.
세는 김에 겹치는 대사도 찾았습니다.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하는 «2천만 원 감액»과, 매달 반복되는 «이번 달 상환금 납부»가 이런 상태였습니다.
| 3화 · 2천만 원 감액 | 매달 · 상환금 납부 | |
|---|---|---|
| 성운 | ……순순히 받으니까 더 이상하네. | ……순순히 주니까 더 이상하네. |
| 사장님 | 안 받으면 또 뭐라고 할 거잖아. | 안 주면 또 뭐라고 할 거잖아. |
| 성운 | 맞아. 그건 맞지. | 맞아. 그건 맞지. |
한 글자만 바꾼 복사본이었습니다. 무게가 완전히 다른 두 장면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. 일상 쪽은 건조하게 다시 썼습니다.
| 고치기 전 | 고친 뒤 | |
|---|---|---|
| «…»로 시작하는 인물 대사 | 244줄 | 28줄 |
| 한 인물의 최대치 | 18 / 18 | 3 |
| 수긍·인정으로 끝나는 마지막 줄 | 7 | 0 |
고친 뒤에는 항목 수(343개)와 총 대사 줄 수(1,029줄)가 그대로인지, 화자가 뒤바뀐 곳은 없는지 다시 세서 확인했습니다. 문장을 고치는 작업일수록 «무엇이 그대로여야 하는지»를 먼저 정해 두는 편이 안전했습니다.
대사가 «AI 같다»고 느껴질 때, 문장 하나를 붙잡고 고치면 잘 안 됩니다. 문장은 대체로 멀쩡하기 때문입니다. 어색함은 같은 형태가 반복되는 데서 옵니다. 그래서 읽는 대신 세는 게 빨랐습니다.